‘가는 이 고개’의 전설
전설의 고향에 납량특집드라마로 소개되었다.
산양읍과 미수동의 옛 미오지(美吾之)마을을 경계 짓는 고개를 「가는이 고개」(세포고개)라 일컫는다. 원래 옛 통제영과 당포만호영(唐浦萬戶營)을 잇는 육로 중간에 위치한 이 고갯길은 인가와 멀리 떨어진 외딴 산기슭의 우거진 솔 숲 사이로 통했다.
통영 땅에 방두수라는 날건달이 살고 있었는데 처와 아들 하나를 뒀으나 기생방과 투전판을 제집 드나들 듯 할 뿐 가정은 통 돌보질 않았다. 두수는 원래 부모로부터 꽤 많은 유산을 받았으나 모두 주색잡기에 날려버리고 오두막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.
두수의 아내는 본시가 착한 성품이라 남편의 술버릇을 탓하지 않고 지성으로 공경할 뿐이었다. 하지만 그는 걸핏하면 손찌검을 했으며 어느 대감댁 소실로 하인과 부정한 짓을 저지르다가 들켜서 도망 온 생김새 반반한 술집 과부와 눈이 맞아 「저 여편네만 아니면 과부와 한 평생을 재미나게 살 수 있을 텐데...」 하는 생각에 그만 눈이 뒤집혀 옆에 있던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부엌바닥에 묻고는 그 길로 과부와 아들을 데리고 그 집을 떠나버려 오두막집은 완전히 폐가가 되었다.
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궂은비가 내리던 어느 날 한 밤중에 술에 취한 한 청년이 그 집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난데없이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. 청년이 집안에 들어섰더니 온통 피투성이가 된 여인이 “사람 좀 살려줘요” 하며 손짓하여 그만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. 그 뒤에도 비오는 날이면 그 집에서 종종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 아무도 그 집 앞을 얼씬거리지 않았다. 한참 뒤 아랫마을에 사는 담 큰 한 젊은이가 그 집에는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면서 비오는 날에 그 집 앞에서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.
아니나 다를까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젊은이는 집에 들어섰다. 여인은 남편과 술집 과부의 얘기를 모두 털어놓으면서 부엌바닥에 묻혀 있는 자신의 시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줄 것을 당부하였다. 젊은이는 소원대로 해주겠노라 약속을 했고 그 이튿날 부엌바닥에서 여인의 시체를 파낸 후 뒷산 고개 넘어 양지바른 곳을 골라 묻어줬다.
그로부터 사람들은 그 고개를 지날 때면 돌을 던지고 「가는 이 잘 가시오」라 하며 지나가게 되었고 이런 연유로 고개 이름을 「가는 이 고개」라고 불러오고 있다.